히즈빈스 언론자료
2021-07-16
장애인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히즈빈스’
정신 장애인 고용률 11.6%, 바리스타로 안정적인 일자리
지속 가능성 비결은 ‘경쟁력’…일자리 넘어 삶이 회복되길
고용률 11.6%. 만약 전체 인구 대비 고용률이었다면 나라가 한바탕 뒤엎어져도 놀랍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가슴 아픈 수치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우리 곁에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이다.
2019년 기준 전체 인구의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전체 장애인구의 고용률(34.9%)과 비교해도 한참 낮다.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상시근로자로 범위를 좁히면 더 심각하다. ‘2019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에서 고용한 장애인 상시근로자 20만5천여 명 중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단 1.4%에 불과하다.
일자리는 한 사람의 오늘을 지탱하고 내일을 준비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발판이다. 대부분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너무도 멀어 보이는 정신장애인을 위해 기꺼이 발판을 자처한 이들이 있다. 정신장애인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카페, 히즈빈스(공동대표:이민복·임정택)다. 지난달 30일 히즈빈스 성수점을 찾아 이민복 대표를 만났다.
장애인 바리스타와 비장애인 손님이 친구가 되어 서로의 삶이 회복되는 것. 그것이 히즈빈스 이민복 대표의 꿈이다.
일상이 간절한 이들에게
히즈빈스(Hisbeans)는 한 대학생의 용기 있는 도전에서 시작됐다. 히즈빈스를 창업한 임정택 대표가 대학생일 때의 얘기다. 임 대표는 은사인 한동대 정숙희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던 브솔시냇가라는 정신 재활 센터에 봉사를 나섰다.
그 전까진 정신장애인에 대해 막연한 선입견을 갖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2달 정도 부대끼며 함께하니 이들도 우리 곁의 여느 이웃과 다를 바 없었다. 하루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답했다. 일자리였다.
센터에 모인 20여 명의 정신장애인 중 일자리가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 한 사람이 했던 일도 자판기의 일회용 컵을 교체하는 단순 노무 작업. 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이들에겐 일자리가 절실했다.
이들에게 남들과 같은 ‘평범한’ 미래를 선물하고 싶었다. 고민과 연구 끝에 모교인 한동대의 도움을 받아 캠퍼스 한 편에 카페공간을 만들고 정신장애인들을 바리스타로 고용했다. 정신장애인의 희망이 되는 카페 히즈빈스의 시작이었다. 한 대학생의 꿈과 열정으로 시작한 히즈빈스는 현재 전국 15개 매장과 로스팅 공장, 본사에 1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회적 기업’ 이전에 ‘카페’
큰돈을 벌어보겠다고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는 이는 없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은 정부의 지원금이나 뜻있는 이들의 후원으로 운영을 이어가기 마련. 하지만 히즈빈스는 정부 지원금 없이도 성장을 거듭해 전국에 매장을 확장했다.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민복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사회적 기업’이 아닌 ‘카페’로서 경쟁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히즈빈스는 2009년 첫 매장을 오픈하고 2010년 법인을 설립했지만 지난해가 돼서야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좋은 취지로 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동정심에 호소하며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른 카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어야 장애인 선생님들에게 안정적인 버팀목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히즈빈스는 장애인을 바리스타로 고용한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카페라는 구색만 맞추고 값싼 커피를 팔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히즈빈스는 ‘신의 커피’라 불리는 게이샤 오리지널 원두를 수입해와 직접 로스팅해서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로스팅 기법도 자체적으로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 로스팅 작업에도 장애인들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카페 사업에서 노하우를 얻은 히즈빈스는 제조 사업 분야에까지 발을 넓혔다. 특허 받은 로스팅 기법을 활용해 콜드브루 제품과 캡슐커피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 카페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히즈빈스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제조 사업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며 한때는 카페 매출이 기존의 20% 정도로 줄어들었어요. 그래도 제조 사업 분야를 미리 준비한 덕에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죠. 지금은 제조 분야가 회사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삶이 회복되는 공간 ‘히즈빈스’
물론 고충이 없지는 않다. 정신 장애인들이 훌륭한 바리스타로 성장하기까지는 성장통을 피할 수 없다. 장애를 이겨내고 사회 밖으로 나오는 연습부터 시작해 커피와 친해지며 전문가로 발돋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 장애를 겪으며 생긴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장애인 직원을 위한 시스템도 만들었다. 이름은 ‘다각적 지지 시스템’. 매장에서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매니저들은 장애인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돌보는 역할도 함께 맡는다. 각 지역의 사회 복지사들과 연결해 상담을 진행하고 매일 직원들의 상태를 회사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히즈빈스가 쏟은 정성은 열매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정신장애인들이 3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는 비율은 18%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히즈빈스는 3개월 이상 근무 비율이 90%를 넘죠. 단지 3개월이 아니라 5년 이상 장기 근속하고 있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자녀를 히즈빈스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문의하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핵심은 목적의 차이에서 온다. 다른 기업들이 정신 장애인을 고용하는 목적은 고용 그 자체에 있다. 100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직원의 3.1%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한 법률 때문이다. 하지만 히즈빈스는 다르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정신 장애인을 한 사람의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히즈빈스 한동대점에서 일했던 성민준 씨(가명)는 좋은 모델이다. 하루는 매장에 대학생 손님이 찾아와 매니저가 커피를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그 대학생은 민준 씨를 가리키며 ‘저 선생님이 커피를 내려줬으면 좋겠다.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 그 짧은 한마디는 민준 씨의 인생을 바꿨다. 하루에 30알 씩 들이켜야 했던 약이 단 3알로 줄었고 나중에는 사회 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일자리를 갖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이 회복된 것이다.
“히즈빈스에서 일하는 장애인 선생님들은 연휴를 싫어해요. 오히려 나와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의 책 ‘일과 영성’에서는 노동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해요. 노동에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활동을 넘어 하나님이 주신 신비함이 있어요.”
히즈빈스 직원 중에는 출근 시간만 2시간이 넘어가는 이들도 있다. 정신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주변에 많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출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오히려 너무 좋다고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들에게 히즈빈스는 단순히 직장이 아닌 삶의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자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히즈빈스를 통해 꿈꾸는 것이 있습니다. 장애인 바리스타들과 비장애인 단골 손님들이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비장애인의 칭찬 한마디에 장애인들이 위로를 얻고, 장애인 선생님들의 따뜻한 커피와 인사에 비장애인 손님들이 위로를 얻는 치유의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애의 구분을 넘어 친구가 되고 서로의 삶이 회복된다면, 그 바탕에 히즈빈스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출처 : 아이굿뉴스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7027